구스타프 말러 대지의 노래 - Gustav Mahler Das Lied von der Erde

삶은 어둡고 죽음도 어둡다.
(Dunkel ist das Leben, ist der Tod).
이백의 시 ‘비가행’에 기초한 1악장 대지의 불행에 대한 주가에 나오는 이 싯구는 말러의 대지의 노래 (Das Lied von der Erde)의 핵심인 싯구이며,그의 음악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서양고전음악의 교향곡의 번호 9는 마지막을 뜻하는 불길한 운명의 숫자인데, 베토벤, 슈베르트, 브루크너, 드보르작의 번호가 붙은 최후의 교향곡이 9번이다.
위대한 작곡가의 교향곡은 9번을 넘길 수 없다는 속설 아닌 속설이 있었으며, 협심증 진단으로 인한 항상 죽음의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말러 역시 이 속설을 믿었던지 믿지 않았던지는 모르겠지만, 제8번 교향곡(천인교향곡)을 이은 '대지의 노래' 교향곡에 말러는 교향곡 번호를 붙히지 않았다.
그는 9번 교향곡이라는 명칭대신 '대지의 노래, 테너와 알토(바리톤) 독창과 관현악을 위한 교향곡'으로 발표했다.
그 후 그는 대지의 노래를 잇는 순수 기악적 교향곡에 9번을 붙히지 않을 수 없었으며, 10번 교향곡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말러 역시 운명의 숫자 9번을 넘지 못했다.
(미완성 교향곡, 대지의 노래를 포함하여 11곡의 교향곡을 작곡했으나, 마지막 번호가 붙은 교향곡은 9번이다.)
1907년에 작곡된 이 곡에 대한 창작 동기는 딸아이와 사별, 그의 협심증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더불어 염세적인 그의 성격이 결합하여 삶에 대한 체념이 깊어질 시기, 친구 테오발트 플라크로 부터 한스 베트게 (Hans Bethge)가 엮은 중국의 역대 시인들의 독일어 번역본(중국의 피리)을 선물로 받았고, 말러는 이 시집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삶에 대한 초월과 체관이 일관적으로 흐르는 동양의 인생에 대한 무상의 정서를 노래한 중국의 위대한 시인들의 시는 당시 말러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모두 83편의 시가 번역본에 있었으나, 말러는 이 시집에서 당나라의 위대한 시인들 이백, 전기, 왕유, 맹호연의 6편의 시를 사용하여 관현악 반주가 딸린 가곡을 작곡하려고 의도했다.
그러나 작곡 과정에서 그 규모가 커져 장대한 서사시의 교향곡에 이르렀다.

그리고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스 베트게에 의해 번역된 시들은 중국의 고전시 원형이 그 당시 서양적으로 각색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베트케의 번역시 '중국의 피리'는 10판까지 인쇄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것은 당시 서구에서 중국의 실크와 도자기 그리고 일본의 판화가 서양문화에 미친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을 시기였지만, 서구의 동양에 대한 이국적인 오리엔탈리즘의 흥미로운 관심의 분위기는 지속되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리고 말러는 대지의 노래에 맞춰 베트케의 번역된 시를 더더욱 수정 훼손하여 중국 고전시의 원형은 많이 훼손되었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던 삶에 대한 초월적 무상함에 대한 본질은 대지의 노래에서 유지된 것 같다.
'대지의 노래'가 관현악 반주의 연가곡집인지 아니면 교향곡인지 논쟁이 있지만, 나의 시각은 서사시적 교향곡이라는 것에 좀 더 기울어져 있다.
그것은 초기 말러 교향곡에서 부터, 성악파트는 그의 교향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만, 다른 기악과 더불어 교향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교향곡을 이루는 한 부분인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성악파트가 관현악 반주 위에 있는 것이 아닌 관현악과 같이 녹아있는 음악적 요소이다.
또한 독일어 제목의 'Erde'에 대한 의미의 논쟁이 있다.
제목 대지의 노래 (Das Lied von der Erde)에서 Erde는 우리말로 지구,대지, 땅이라는 의미를 갖는데, 말러의 '대지의 노래'에서 Erde를 대지(大地)라는 의미 (6악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랑스런 대지는 봄을 맞이해…)로 해석하느냐 혹은 현세(現世)를 의미하느냐의 논쟁이 있는데, 가사에 의미 속에는 둘 다 맞다.
그러나 예술가나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객체에 의미를 부여할 때 추상적인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현세(現世) 혹은 인간의 삶을 의미한다는 것에 많이 기울어져 있다.
인간의 현세(現世)는 대지(大地)에서 발을 떼어 놓고는 존재할 수 없으니....
이 곡은 말러 사후 1911년에 그의 제자였던 명 지휘자 부르노 발터에 의해서 초연되었다.
그리고 브루노 발터에 의해 발굴된 영국의 아토 캐슬린 페리어는 이 곡을 녹음한 얼마 후 암으로 말러의 뒤를 따른다.
모두 6악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홀수 악장을 테너가 부르고 짝수 악장은 알토 혹은 바리톤이 맡아 부르게 되어 있다.
말러 자신은 둘 가운데 어느 조합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바리톤이 부를 경우 효과가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연주에서는 테너-알토(혹은 메조소프라노)의 조합으로 많이 연주된다.
바그너, 브루크너의 영향을 받은 매우 세련되고 뛰어난 그의 화려한 관현악 기법은 여기에서 언급할 필요도 없다.
1. 대지의 불행에 대한 주가(酒歌) <Das Trinklied von Jammer der Erde>
'금잔에는 술이 가득차 있다. 마셔라! 비기 전에, 노래 한 곡조를 그대 위해 부르리라!'라고 테너의 노래로 시작한다.
그리고 트럼펫의 새로운 선율을 따라 ' 이 집의 주인이여! 그대의 광에는 황금의 술이 가득차 있는가?'라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봄에는 꽃이 만발하도다! 그러나 인간이여! 얼마나 오랫동안 살 수 있는가?' 이후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자 술을 들어라, 지금이야말로 그대의 금잔을 마셔 비워야 할때다! 삶은 어둡고 죽음 또한 어둡다!라고 끝맺음을 한다.
2. 가을에 고독한 자 <Der Einsame im Herbst>
전기의 시에서 따온 악장으로 우울하고 로맨틱한 악장이다.
'가을의 안개가 차갑게 호수 위를 건너온다. 풀은 흠뻑 이슬에 젖어있도다.'
이어 새로운 선율에 따라 ' 나의 마음은 지쳐 램프의 불은 다 타 없어지고, 나를 잠으로 이끌어 들이도다.'
클라이막스에 다다러 호른의 선율에 따라 ' 사랑의 태양이여! 다시 높게 떠올라 나의 쓴 눈물을 부드럽게 마르도록 해주지 않겠는가!'라고 끝을 맺는다.
3. 청춘에 대하여 <Von der Jugend>
이백의 시에서 따온 것으로 스케르초 구성의 밝은 악장이다.
'정자에는 벗들이 앉아 아름답게 옷 치장을 한 채 술을 마시고, 환담하며, 시를 짓고 있다. 작은 연못의 고요한 물 위는 모든 것이 이상한 모양으로 거꾸로 비치고 있도다.'
4. 아름다움에 대하여 <Von der Schönheit>
이백의 시 '채련곡'에서 따온 악장이다. 무곡의 형태의 리듬을 가진 상쾌한 이 악장은 낭만적이며 향기가 높다.
냇가에서 수련을 따는 아가씨와 말을 타고 달리는 소년을 그린다.
'황금의 태양이 그 모습을 비추고,반짝거리는 물 위를 비추고 있도다.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가 그리움의 긴 눈길을 그에게 보내도다'라고 마친다.
5. 봄에 술취한 자 <Der Trunkene im Frühling>
이백의 시 '춘일취기언지'에서 뽑아온 악장이다. 테너가 노래하며 가장 순수한 느낌을 주는 악장이다.
새의 지저귐을 솔로 바이올린과 피콜로로 표현되며, '애써 고생한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취해 쓰러질 때 까지 술을 마시자! 취해서 자다가 깨어날 때 새들은 봄을 노래하리라!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봄이 무슨 소용이랴. 취하도록 마시게 내버려 두렴!'
6. 고별(Der Abschied) - 무겁게
고별은 맹호연의 시와 왕유의 시에서 뽑아온 악장이다. 가장 긴 악장이다.
이 마지막 악장은 하염없이 서정적이며 시적이다.
'해는 산 뒤에 숨고, 골짜기에는 차디차게 어둠이 내려 덮도다. 보라! 달이 푸른 하늘에 은빛 작은 배처럼 떠오른다.'
만돌린과 바이올린의 새로운 선율 속에 '벗이여! 그대 곁에서 이 저녁의 아름다움을 맛보고 싶구나. 오 아름다움이여, 영원의 아름다움에, 영원의 삶에 취한 세계여!'
마침내 알토가 '그는 말에서 내려 이별의 잔을 내밀었다'라고 노래 부른다.
마지막으로 '봄이 오면 사랑하는 대지는 곳곳에 꽃이 피고, 새롭게 초록이 되리라! 푸른 지평선은 눈부시도록 영원히 빛나리라! 영원히...영원히...'
첼레스타가 울리고 음악은 끝없는 감명속으로 사라진다.
추천명반은 발터의 지휘는 모노 녹음시대 부터 현재까지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페리어가 발터와 공연 중 6악장에서 감정에 복받쳐 '영원히...영원히...'라는 부분을 노래 못한 것에 대해 발터에게 사과하자, 발터는 당신이야 말로 진정한 예술가라고 칭송했다는 일화가 있다.
오토 클렘페러 지휘 음반도 명반인데, 최고의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와 말러 가곡의 일인자 크리스타 루드비히가 협연한 것 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그리고 에사 페카 살로넨 지휘,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음반도 명반인데 두 지휘자 모두 남성 성악가만 기용한 음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