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 클라리넷 오중주 B minor Op. 115 / Johannes Brahms Clarinet Quintet in B minor, Op. 115

브람스는 19세기 실내악에 있어서 절대음악의 전통성과 순수성을 고수한 작곡가이며, 브람스가 작곡한 기악, 성악 쟝르 중 하나만을 남기라면 그것은 실내악이 될 것이다.
그의 실내악곡들은 한 곡 한 곡 모두 순수 기악 음악의 절대성을 성취하고 있다.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피아노 삼중주, 호른 삼중주, 피아노 사중주, 현악 사중주, 피아노 오중주, 현악 육중주 그리고 클라니넷 오중주 모두 뛰어난 주옥같은 명곡들이다.
그 중에서 브람스의 클라니넷 오중주(퀸텟)는 지금까지 작곡된 서양 실내음악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가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는 가장 심오한 실내악 작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아주 탁월한 연주자들은 작곡가들에게 직접적인 작곡의 영감을 주는데, 클라리넷으로 한정하자면 모차르트에게 있어서 안톤 슈타틀러 Anton Stadler (1752-1812), 베버에게 있어서 하인리히 바에르만 Heinrich Baermann (1784-1847), 그리고 브람스에 있어서 리하르트 뮐펠트 Richard Mühlfeld (1856-1907)이다.

당대의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자들과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적 교감과 협업은 가장 뛰어난 클라리넷 오중주와 실내악 그리고 협주곡을 남겼다.
1890년 브람스가 57세 때 현악오중주 2번을 끝으로 브람스는 자신의 창작에 대한 열정을 소진하고 작곡을 그만 두게 되었는데, 1891년 마이닝겐 궁전에서 브람스는 뮐펠트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듣고 탄복을 하였다고 하며, 그의 클라리넷 음색에 정신을 잃을 뻔 했다고 한다.
뮐펠트와의 만남은 음악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자극하였으며, 클라리넷 곡을 위한 창작열을 불태웠다. 브람스는 1891년 클라리넷 삼중주, 클라리넷 오중주를 이어서 작곡했으며, 3년 후 2곡의 클라리넷 소나타를 완성했다.
그리고 덧붙혀야 할 것은 뛰어난 연주자의 등장 뿐만 아니라 악기의 개량 또한 작곡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관악기의 경우 바로크, 고전파 시대 이후 낭만파 시대를 지나면서 매우 많이 개량이 되었는데, 클라리넷의 경우도 연주 음역대의 확대 뿐만 아니라 소리의 강약을 더욱 쉽게 낼 수 있게 개량이 되었으며 음색 또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곡은 듣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여정을 펼쳐준다. 브람스 말년에 삶과 음악을 관조(觀照)하는 그의 원숙한 세계를 느낄 수 있다.
말년의 인생을 통한 아름다움, 깊은 성찰, 그리움, 우울한 여정, 체관의 감정을 클라리넷을 통해 토로한다.
현악기들의 음색과 클라리넷의 음색은 절묘하며 감정은 음악적으로 깊게 표현되며, 브람스 말년의 원숙한 음악적 기법은 너무나도 탁월하다.
늦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지만, 오늘 같이 비오는 늦 봄에도 잘 어울리는 곡이다.
제1악장 - 알레그로 (빠르게) Allegro in B minor
제1악장이 B 단조인지, D 장조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이 곡에서 놀라운 점은 단조 모드에서 장조 모드로의 지속적인 슬라이딩이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오중주처럼 제1악장도 현의 도입부로 시작되며 소나타 형식을 취한다.
바이올린의 제1주제를 클라리넷이 반복하며 시작되며, 제1주제는 전악장에 통일성을 부여하며 4악장에서 전곡을 마무리한다.

제2악장 - 아다지오(매우 느리게) Adagio in B major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과 함께 가장 사랑하는 악장이다.
브람스가 이 곡을 작곡하기 전 헝가리 여행을 했던 경험인지, 명맥히 집시풍이다.
크게 3부작으로 나눌 수 있다.
현악기의 약음을 배경으로 클라리넷의 선율은 마치 초기 불교 경전 '숫파니파타'의 한구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이라는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내면적인 깊은 감정, 우울감, 회상 그러나 때로는 거칠면서 한없이 자유롭게 클라리넷은 노래한다.

제3악장 - 안단티노, 프레스토 논 아사이 마 콘 센티멘토 Andantino, Presto no asai, ma con snetimento
가장 짧은 악장이며, 안단티노 (조금 느리게)는 미뉴에트와 렌틀러풍(8분의 3박자나 4분의 3박자의 비교적 느린 템포의 춤. 18-19세기 독일남부, 오스트리아에서 성행한 춤곡 형태)이 섞여있으며, 프레스토 논 아사이 마 콘 센티멘토 (감정을 갖고서 매우 빠르게 보다는 느리게)는 스케르초이다.
클라리넷이 부드러우면서 느린 주제를 연주하고 이어 바이올린이 스케르초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그후 악상은 고조되며 이윽고 조용하게 끝맺는다.

제4악장 - 콘 모토(활기있게) , 운 포코 메노모소(다소 빠르지 않게) Con moto, Un poco menomosso
제4악장은 주제와 5개의 변주로 이루어지며, 민요적인 주제를 변주해 가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제1악장의 제1주제로 돌아와서 곡을 마무리시킨다.
변주는 대위법적이며, 제3변주와 제5변주는 명확히 주제를 갖고 있다.
코다(종결부)에서는 급격하고도 격하게 끝날 것 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침잠(沈潛) 속에 종결짓는다.

이 작품이 워낙 걸작이라 녹음도 무척 많은데, 칼 라이스터와 아마데우스 현악사중주단, 다비드 오펜하임과 부다페스트 현악 사중주단, 시아 킹과 가브리엘리 현악사중주단의 음반을 최고로 꼽을 수 있다.
https://youtu.be/DOzEgxUJMG4
칼 라이스터와 아마데우스 현악사중주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