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제14번 D단조 .810 '죽음과 소녀' Franz Schubert, String Quartet No. 14 in D Minor, D. 810 ‘Der Tod und das Mädchen’
죽음이라는 주제도 슈베르트의 선율에서는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중세유럽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페스트의 악몽 때문인지 죽음과 희생자들 사이의 대화는 14 세기 이후 유럽 전역에서 대중 문화의 공통된 주제였다
발라드의 형태로서 젊은 여성의 목숨을 앗아가는 죽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 자체는 모래 시계와 화살을 들고있는 해골로 다소 조잡하게 묘사된다. 여성의 죽음은 즉각적이고 불가피하며, 그녀는 종교적 믿음만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발라드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에 있어서도, '죽음과 소녀'라는 제목의 예술 작품은 많이 출현했는데,
회화에서는 16세기 초 한스 발둥 그린 (Hans baldung Grien), 19세기 후반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그리고 20세기 초 에곤 쉴레 (Egon Schiele)의 작품이 있으며,
시로는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 (Matthias Claudius) 그리고 음악으로는 슈베르트의 가곡과 그 가곡을 바탕으로 한 제 14번 현악사중주가 있다.
그 중에서 아마도 슈베르의 가곡과 현악사중주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슈베르트는 그의 나이 20세에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동명의 시 '죽음과 소녀'로 가곡을 만들었다.
이 시는 소녀와 소녀를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죽음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독일어 가사와 번역은 아래와 같다.

Das Mädchen :
»Vorüber! ach, vorüber!
Geh, wilder Knochenmann!
Ich bin noch jung, geh, Lieber!
Und rühre mich nicht an.«
Der Tod :
»Gib deine Hand, du schön und zart Gebild,
Bin Freund und komme nicht zu strafen..
Sei gutes Muts! Ich bin nicht wild,
Sollst sanft in meinen Armen schlafen.«
소녀
지나가세요! 아, 지나가세요!
물러가세요, 사나운 죽음이여!
저는 아직 어립니다, 제발 물러가세요!
그리고 제게 손대지 마세요.
죽음
네 손을 다오, 그대 아름답고 섬세한 소녀여!
난 그대의 친구이니, 벌하러 온 것이 아니라오.
용기를 내시오! 나는 사납지 아니하니,
나의 팔 안에서 편히 잠드시오!

슈베르트는 1824년에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D.810)를 작곡하였다. 이 곡은 1817년에 그의 나이 21세에 작곡한 가곡 <죽음과 소녀>(D.531)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는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6곡 중(구 전집에는 15곡인데 후에 1곡이 추가됨) 13번 '로자문데'와 더불어 가장 유명하며 음악적으로 그의 현악4중주 작품 중 최고의 위치에 있다.
일반적으로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를 같은 제목의 가곡과 연결시키는 것은 이 곡의 2악장에서 가곡 선율이 주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2악장의 주제에서 뿐 아니라 다른 악장들에서도 가곡 <죽음과 소녀>와 음악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죽음과 소녀' 현악4중주를 작곡했을 떄 슈베르트는 매독(슈베르트 연구자들은 1820년께 그가 매독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과 그당시 매독치료제로 쓰였던 수은에 의한 수은중독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낼때였고, 그 고통 속에서 그는 그의 얼마남지 않은 죽음을 본 것 같다.
수많은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긴 슈베르트는 31세라는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시인이자 화가, 배우이기도 했던 그리고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 (An die musik)'의 가사를 썼던 프란츠 폰 쇼버(Franz von Schober, 1796~1882)손에 이끌려 밤의 향락에 빠져들었던 것이 매독의 원인이라고 본다.
그가 앓던 매독은 그의 육체, 정신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피부 발진서 부터 시작한 매독 증세는 말기에는 매독균이 뇌까지 침투하여 조울증의 상태를 만들었으며, 조증일 때 와 울중일 때의 작곡한 작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슈베르트가 가장 존경했던 작곡가 베토벤이 음악을 통한 인간 운명에 대한 저항을 통한 승리를 지향했다면, 슈베르트는 반대로 운명(죽음)에 대한 순응을 하였던 것 같다.
그것은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를 쓰고 난 직후에 친구 레오폴트 쿠펠바이저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제는 사랑과 우정으로도 위로받지 못하게 된 남자를 상상해 보시오. 매일밤 침대에 누울 때마다 다시는 아침에 깨지 않기를 기도하오.
그러나 아침은 어김없이 오고 슬픔은 밤새 나와 같이 잠잤다가 다시 깨어 내 옆에 그대로 있소."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D.810)는 1826년 2월 1일 빈의 요제프 발트의 집에서 개인적인 초연이 있었지만 실제 일반 청중들에게 공개된것은 1833년 3월 12일로 빈에서 칼 모저 현악사중주단에 의해 초연되었다.
제1 악장 : Allegro , D 단조, 4/4 박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시고니 위버 주연의 영화 '시고니위버의 진실(Death And The Maiden)'에 삽입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1악장이다.
힘찬 동기가 중심이 되어 매우 치밀하면서 엄숙하게 전개된다.
고전적 소나타 형식이지만, 슈베르트만의 자유로운 창의성이 곳곳에 나타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제2 악장 : Andante con moto, G 단조
제2악장은 그의 가곡 '죽음과 소녀'의 피아노 파트의 도입 선율을 주제로 한 6개의 변주와 코다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도 현악4중주 곡 2악장 중 드보르작의 현악4중주 '아메리카'의 2악장과 함께 가장 유명하며, 매우 감명 깊은 악장이다.
'음악의 모든 범위에서 가장 영감적'이라고 슈만이 언급했을 정도로 매우 뛰어나며, 슬픈 정서를 자아낸다.

제3 악장 : Scherzo Allegro molto, D 단조
고전적인 미뉴에트로 설계된 스케르초 악장은, 음악학자 Cobbett에 의하면 세 번째 악장을 "악마 피들러의 춤"이라고 설명한다.
이 빠르게 진행되는 스케르초에는 악마적인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으며, 다른 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포르티시모(매우 강하게)에서 피아니시모로(매우 약하게)의 극적인 도약이 있다 .
제4 악장 : Presto , D 단조
피날레는 D 단조의 rondo- sonata 형태의 타란텔라다.
타란텔라는 이탈리아(시실리아)에서 유래한 무곡(춤곡)으로, 타란툴라 거미에게 물린 후 고통으로 춤을 추는 것에서 유래했다.
Cobbett은 이 악장을 "죽음의 춤 "이라고 부른다.
코다(악곡 끝에 결미로서 덧붙인 부분)는 D 장조로 시작하여 승리의 결말을 제안하지만 갑자기 D 단조로 돌아가 비극적인 결론을 내린다.
추천명반은,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 하겐 현악4중주단, 줄리어드 현악4중주단, 아마데우스 현악4중주단의 음반이 일반적으로 추천되며, 멜로스 현악4중주단 연주도 명반이다.
어떤 음반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 연주에 살짝 기울어있다.
비교음반 감상하는 것도 음악 감상에 있어서 큰 즐거움이다.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데, 슈베르트 음악으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