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의 곡들은 매우 세련되고 화려한 교향악적 색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염세적이다.
그의 음악의 기저에는 죽음이 흐른다.
이것은 1902년 4살 밖에 안된 딸의 죽음을 맞으며 불행과 슬픔으로 점철된 트라우마가 그의 음악에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구스타프 말러

 


그의 제5번 교향곡을 들을때 마다 저 유명한 4악장 아다지에토 때문에 토마스만의 소설을 영화화한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떠오른다.
이 교향곡의 4악장은 주인공 에센바흐가 해변에서 미소년 타치오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부터 나온다. 
에센바흐는 한눈에 미소년 파치오에게서 이상적(理想的)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소년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힌다.
그 후 콜레라가 이 섬에 퍼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떠나가면서 그는 이상한 망상에 사로 잡힌다.
그 망상은 모든 사람들이 떠나가고 에센바흐와 파치오만 섬에 남아있는 망상이다.
그는 늙은 얼굴을 서글픈 화장으로 가린 채 아센바흐는 소년의 주변을 맴돈다.
결국 파치오 가족은 떠나고, 그는 파치오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그의 몸은 콜레라에 의한 죽음과 이별만이 남아있다.
말러의 중기 교향곡의 시작인 5번 교향곡에도 죽음과 이별을 노래하는 선율이 들어있다.

말러의 초기 교향곡들이 교향시적인 특징을 갖고 성악을 도입했다면 (제1번 교향곡은 성악 파트가 없다), 이 제5번 교향곡은 순수한 기악적 형태의 고전적 형태를 띄고 있다.
장송행진곡으로 시작하여 밝은 코랄로 진행되다 곡 마지막에서 속도를 높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코다로 끝나는 것도 `고난에서 광명으로'라는 독일 교향곡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 특징 때문인지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이며, 말러 교향곡의 입문 교향곡으로서 추천되는 교향곡이다.
나 역시 말러는 5번 교향곡, 브루크너 교향곡은 7번 교향곡으로 그들의 교향곡에 입문했다.

제1악장 : Trauermarsch. In gemessenem Schritt.(신중한 속도로, 엄격하게, 장례행렬처럼) 2/2박자, C#단조. 장송 행진곡. 
2개의 트리오(B플랫단조 & A단조)를 가진 겹세도막 형식 솔로 트럼펫이 말러 교향곡의 시작을 알린다.
이 부분을 들으면 다들 느끼듯이 베토벤 교향곡 5번 도입부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이 트럼펫의 첫 소절은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의 '결혼행진곡'의 시작과 똑같다. 다만 세번째 반복의 네번째 음이 갑자기 감화음(반음이 줄어드는것)으로 등장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이것을 '운명의 동기'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는 곧 트럼펫을 감싸고 바이올린은 악장의 메인 멜로디를 소개한다.


제2악장 : `Stürmisch bewegt. Mit größter Vehemenz.( 폭풍 같이, 더 큰 격렬함을 가지고) 2/2박자, A단조. 소나타 형식 폭풍처럼 움직여서, 가장 격렬하게'
거친 불협화음 및 시끄러운 다이내믹을 통해 생성하는 전자로 시작되나 이것은 궁극적으로 증발하고 서정적 인 첼로 멜로디가 "im Tempo des ersten Satzes Trauermarsch"( "첫 악장의 장례 행진의 템포로")에 들어간다.

제3악장 : Scherzo. Kräftig, nicht zu schnell (라장조)Scherzo.(스케르초. 활기 있게, 너무 빠르지 않게)3/4박자, D장조
교향곡 사상 최대의 스케르초 중 하나다. 보통 교향곡에서 스케르초는 가장 짧은 악장이지만, 이 교향곡에선 가장 긴 악장으로서 단독으로 2부를 형성하고 있는 거대한 악장이다. 
이 작품에서 가운데 축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1,2악장과 3,4악장을 나눈다.
이 부분은 일명 호른협주곡으로도 부른다. 

제4악장 : Adagietto, Sehr Langsam(아다지에토. 매우 느리게) 4/4박자, F장조
그의 부인 알마에 대한 사랑을 닮고 있는 지극히 아름다운 악장이며,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아름다운 악장이다.
오로지 현악파트와 하프만으로 연주한다.
나에게 있어서 말러에 입문하게 만든 악장이다.

제5악장 : Rondo-Finale Allegro(론도-피날레, 알레그로) 2/2박자, D장조
말러가 이 곡을 쓰기 전에 바흐의 대위법과 푸가에 심취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지듯이, 이 악장은 마치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4악장에서와 같은 화려하며 정교한 대위법을 사용한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이 1악장 단조로 시작되어 4악장 장조로 끝나듯이, 이 5악장도 죽음의 운명에 대한 승리로 끝난다.
그러나...
5번 교향곡에서의 죽음의 운명에 대한 잠깐의 승리는 곧 6번 교향곡 '비극적' 앞에 놓여진 짧은 인간의 승리인 듯 하다.

 

youtu.be/6EJn43FEmjo

Leonard Bernstein "Symphony No 5" Mahler

말러 5번 교향곡에 대한 명연주는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연주 음반들이 있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레너드 번슈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 수 있다.
오늘날 말러 교향곡의 대중화에는 번슈타인의 기여가 매우 컸다. 
또한 본인 자신이 말러의 환생이라고 말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말러에 대한 그의 해석과 열정은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샤이, 주세페 시노폴리, 사이먼 래틀, 게오르규 솔티의 명연 음반도 동등한 위치에 놓여있는 훌륭한 명연주 명반이다.

 

레너드 번슈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샤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