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에 있어서 19세기 말 문학을 러시아가 지배했다면 (투르게네프, 도스또예프스끼, 똘스토이) 20세기 초 음악과 발레는 소비에트가 지배했다.
제정러시아에서 부터 20세기 초중반 소비에트에서 배출한 유명 작곡가들만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Mily Balakirev, Alexander Taneyev ,Sergei Lyapunov ,Nikolay Sokolov, Anton Arensky, Alexander Glazunov, Alexander Scriabin,
Sergei Rachmaninoff, Nikolai Medtner, Igor Stravinsky, Sergei Prokofiev, Aram Khachaturian ,Dmitry Kabalevsky ,Dmitri Shostakovich ......
20세기 초반에서 중반까지 러시아 음악은 얼마나 위대했는가?!
그 중에서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제정러시아, 소비에트를 통틀어서 배출한 최고의 최대의 작곡가이자 20세기 최대 최고의 작곡가이다.

 

드리트리 쇼스타코비치

 


베토벤의 3대 장르가 교향곡, 현악4중주 그리고 피아노소나타라면, 쇼스타코비치는 베토벤의 3대 장르에서 피아노 소나타만 빼면 된다. 그의 교향곡과 현악4중주는 그의 음악에 있어서 절대적인 음악적 성취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15개 교향곡을 다 포스팅하고 싶지만, 오늘은 그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을 포스팅한다.

(요즘 무료로 듣는 스포티파이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데 오늘 퇴근길에 그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듣고 포스팅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2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 
그의 제1번 바이올린 협주곡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20세기 작곡된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소비에트 시절 프로코피예프, 글라즈노프, 하차투리안,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매우 뛰어나지만, 이 작품은 절대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그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처음들었을 때 망치로 한방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는데, 그의 제1번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하는 파사칼리아-까덴짜 부분은 엄청났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표현해 낼 수 있는 끝은 어딘가라는 의문이 이 곡을 들을때 마다 입 속에서 멤돈다.

악마의 악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 작은 그러나 구조적으로나 음향적으로 이미 완성에 다다른 이 악기가 표현해 내지 못하는 인간의 감정이 과연 있을까? 

 

이 곡은 20세기 야샤 하이페츠와 함께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곡이며, 스탈린 체제 하에서 즈다노프의 검열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다가, 스탈린 사후 므라빈스키가 지휘하는 레닌그라드(지금은 상페테스부르크)필과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 협연으로 1955년 10월 29일에 초연되었다.

이 초연과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있다.
초연되던 현장에는 당시 18세에 불과했던 명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도 있었다. 
그는 훗날 그때의 장면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초연을 들었다.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은) 그 연주회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모두가 일어나 몇 분이나 쇼스타코비치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것은 당국에 대한 우리의 항의였다. 그러나 그 항의는 순수했다." 

일반적으로 협주곡이 3악장 구조를 갖는것에 반해, 이 작품은 4악장 구조를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4분이 넘는 까덴짜 악장을 따로 떼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까덴짜는 1,2,3,악장과 4악장을 나누는 경계선이자 교집합의 부분을 이룬다.)

제1악장 녹턴 Nocturne: Moderato (A minor) 
녹턴(야상곡)이라고 적혀있지만, 절대적으로 낭만적인 야상곡이 아니다.
어두운 강물의 흐름처럼 반음계적진행과 불협화음이 기묘한 선율의 강을 따라 흐르는 악장이다.

제2악장 스케르쪼 Scherzo: Allegro (B-flat minor → B-flat major) 
이 스케르쪼 악장은 재밌는 악장이다. 그의 대표적 10번 교향곡(이 외에도 많다. 교향곡8번, 15번, 첼로 협주곡 1번, 현악4중주 5번,8번 등)에서도 나타나는 음악적 암호 DSCH 모티브를 사용한다.
그의 독일식 철자 이름은 Dmitiri Schostakowisch 인데 그의 이름 이니셜 DSCH 즉 음계로는 아래와 같다.
또한 이 악장에서의 모티브는 유대 민속춤을 의미하는데 스탈린 치하 반유대프로그램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제3악장 파사칼리아 Passacaglia: Andante – Cadenza (attacca) (F minor) 
이 악장은 이 협주곡의 백미이며, 모든 바이올린 협주곡의 최고의 악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독자적으로 떼어 놓을 수도 있는 까덴짜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중 푸가 악장을 듣는 느낌도 난다.
물론 이 까덴짜가 푸가형식은 아니다.
이 3악장을 듣고 듣다 보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한'의 정서와 그것이 국악적으로 한스럽게 표현된 선율과 매우 닮아있음을 나는 느낀다.
스탈린 사회주의의 예술에 대한 철저한 검열과 억압에 대한 쇼스타코비치의 고통 때문일까?

제4악장 벌레스크 (부를레스크)Burlesque: Allegro con brio – Presto (A minor) 
매우 빠르고 경쾌한 이 악장은 제목처럼 풍자적 유모스러운 뜻을 갖고 있듯이, 스탈린 체제에 대한 풍자이며 조롱으로 들린다.
매우 급박하면서 경쾌하면서 그러나 작곡가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출한다.

이 곡의 추천음반은 오이스트라흐의, 오이스트라흐를 위한, 오이스트라흐에 의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를 첫손가락으로 꼽는다.
이것을 누가 부정 하겠는가?
어두운 선율 속에서도 그의 순수한 황금빛 톤은 빛나며, 절제된 감정을 갖고서 최고의 연주를 들려준다.
다른 연주에서도 그렇듯이 그가 연주하는 음표 하나하나 명확하다. 절대로 뭍혀져 드러나지 않는 음은 없다.

므라빈스키와 협연한 음반은 현재 구하기 힘들다. 미트로폴로스와 협연한 음반 또한 추천한다.


레오니드 코간의 연주도 최고의 연주 중 하나이다. 정말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연주자이다. 
그외 젊은 시절 녹음한 막심 벵게로프, 이처크 펄만, 바딤 레핀 그리고 최근 활발하게 연주하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연주도 너무 훌륭하다.

Shostakovich - Violin concerto n°1 - Kogan / Kondrashin live 1959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레오니드 코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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