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트 쇼송 -시곡 : Ernest Chausson - Poème
쇼송의 시곡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 곡이야 말로 프랑스 작곡가들이 작곡한 바이올린 곡 중 최고의 바이올린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곡을 들어보면 독일계 작곡가들의 음악과는 다른 프랑스 작곡가들만의 음악의 특징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음악이 진행하다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 곡의 종결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클라이막스에 오를 것 같으면 내려가고 다시 오를 것 같으면 다시 내려가고 그러다 마지막은 항상 여운을 주며 서서히 사라진다.
프랑스 작곡가들 음악에는 독일계 작곡가들의 음악의 기-승-전-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프랑스 작곡가들의 유니크한 매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곡은 위대한 벨기에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던 외진 이자이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요청에 대한 작업이었다.
이자이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 쇼송은 압박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협주곡보다는 바이올린이 혼자 자유롭게 연주하는 보다 짧은 곡(16분 내외)을 선택했다.
이자이에게 헌정 되었으며, 1899년 쇼송 사망 후 일주일 만에 이자이에 의해 런던에서 첫 연주가 있었다.
이 곡의 원제목은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 (Ivan Turgenev)의 1881 년 로맨틱 소설 The Song of Love Triumphant에서 나왔다고 한다.
투르게네프의 소설은 읽어보지를 못해서 스토리가 어떻게 음악에 반영되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 곡은 크게 4개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단일 악장의 구성이다.
누구는 이 곡이 관능미가 넘친다고 이야기하나, 나는 관능미는 느끼지 못하겠고,
비애에 젖어 있지만 아름다운 서정성, 때로는 감정적 폭발, 지극히 아름다운 선율(마치 천상의) 그리고 집시들의 자유로움 같은 이러한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라벨도 그렇지만 쇼송 역시 이 곡에서 관현악에 마술적인 색채( 그것이 프랑스적 회화적인 것인지)를 부여한다.
프랑스가 회화의 나라라서 그런지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 속 악기들 음색에서 묘한 시각적 색감을 느끼게 된다. (나의 오버일지는 모르지만.....)
이 곡은 매우 서정적으로 들리지만, 테크닉적으로 매우 어려운 패시지들을 포함하고 있다.
추천 음반으로는
개인적으로 지네트 느뵈, 하이페츠, 정경화의 연주 음반을 선호한다.
요절한 천재 느뵈의 레코딩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쇼송의 시곡,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최고의 연주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이페츠의 연주는 어느 작곡가 작품(개인적으로 바흐, 모차르트 빼고)의 연주이건 베스트 3에 들어가지 않는 음반이 없다.
쇼송의 시곡에서도 어려운 패시지를 다른 누가 저렇게도 자연스럽고 쉽게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그의 비브라토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녹음 시 사용하던 마이크에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이페츠 연주의 음악적 뉘앙스는 특별하다.
정경화의 연주는 그녀가 파리에 데뷔했을 때 '느뵈의 재림'이라고 파리에서 소동이 났을 정도로 서정적이면서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준다.